[사설] 신성장 산업 없이 주가 레벨업 없다

입력 2024-02-26 17:44  

정부가 어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개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정책 수혜주로 꼽혀온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이 일제히 추락해 코스피지수 낙폭을 키웠다. 투자자들이 이날 정책 발표를 오히려 차익실현 기회로 삼은 탓이다. 시장에선 ‘저PBR 테마주’만 양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롤 모델’인 일본의 도쿄증권거래소가 내놓은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 크다. 이 보고서는 “기업가치 개선 계획을 수립할 때 일시적인 자사주 매입 등 일회성 주주환원 확대는 지양해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수익 구조에 영향을 주는 펀더멘털(기초체력) 강화와 자원의 적정 배분에 중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 일본, 대만 증시가 일제히 역대 최고로 치솟은 것도 혁신 기반 신산업을 중심으로 기업 펀더멘털이 개선된 결과다. 미국은 인공지능(AI) 등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일명 ‘매그니피센트7’이 증시를 견인하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관련 500개 종목 시가총액이 60%나 불어나면서 버블경제 시절 기록한 닛케이지수 최고치를 34년 만에 갈아치웠다. 대만 증시의 활황에도 세계 AI용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TSMC 효과’가 자리 잡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런 신산업 경쟁에서 밀려나는 추세다. 반도체산업은 그동안 1위를 지켜온 메모리 분야에서 후발주자들의 거센 추격을 받는 동시에 수요가 폭발하는 파운드리 분야에선 TSMC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상승력이 한풀 꺾인 2차전지를 빼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변변한 신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니 유독 한국 증시만 맥을 못 추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산업 성장 없이 증시 레벨업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글로벌 100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중 17개는 규제로 인해 한국에선 사업을 할 수 없는 현실(한국경제인협회 분석)이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 밸류업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규제 혁파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자원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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